인권단체 연석회의

  
<논평>미국 비자면제 시행에 대한 인권회의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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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17_[논평]미국비자면제전자여권.hwp (29.5 KB), Down : 228

수     신 귀 언론사 외교통상부, 사회, 인권 담당 기자님
발     신 인권단체 연석회의(전국 41개 인권단체)
문     의 진보네트워크센터 김승욱 (02-774-4551)
           천주교인권위원회 조백기 (02-777-0641)
일     시 2008년 11월 17일(월)
제     목 [논평] 미국 비자면제 시행에 대한 인권회의 논평


보/도/자/료
한국 여행자는 예비범죄자인가?
기만적 미국비자면제 규탄한다!

11월 17일부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비자면제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여행자들은 미국 국토안보부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몇 가지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입국허가를 받으면 90일 이내의 미국방문은 비자 없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그 동안 VWP에 가입하기 위하여 전자여권 도입, 여행자정보 공유 협정, 전자여행허가제(ESTA) 등 미국이 한국에 요청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였다. 사실 이것은 외교라고 하기에는 민망한데 왜냐하면 이 조건들은 미국의 국내법(9/11위원회법)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들로 그 동안 진행된 비자면제 협상은 사실 미국이 불러주는대로 한국의 법과 제도를 뜯어고친 것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과 여행자정보 공유협정, 공식적으로는 “범죄 예방과 대처를 위한 협력 증진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였는데, 이 협정은 미국 정보기관이 지문을 이용하여 한국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수사자료표”를 조회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수사자료표”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정의되어 있고, 지문을 포함한 개인정보, 범죄기록 등의 정보 등을 기록하고 있다. 위의 법에서는 민감한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는 수사자료표의 조회가 가능한 경우들을 엄격하게 지정해놓고 있는데, 이번 협정에 해당되는 조항이 없어서 현재 국회에서의 비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즉, 현행법과 충돌하는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국경에서 한국 여행자로부터 수집한 지문정보를 이용해 자동조회시스템을 통해 검색을 한다.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범죄의 수사 및 예방을 위한 지문 정보 시스템”에서 같은 지문이 있으면 "Yes" 없으면 “No"를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 때 결과가 "Yes"라면 해당 개인의 지문, 출생지, 유죄판결, 해당상황에 대한 기술 등을 포함한 수십 개의 개인정보 및 참고자료가 추가적으로 미국에 전송된다.

미국이 현재도 입국 외국 여행자에 대한 지문날인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미국이 스스로 구축하고 있는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만을 이용해 검사를 해보는 것이었다면, 이제 한국 여행자들에 대해서는 한국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범죄의 수사와 예방을 위한 지문 데이터베이스”도 마음대로 이용하여 검사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같은 내용의 협정을 유럽연합에 제안했었지만 퇴짜를 맞자 전략을 바꿔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새로 가입하려는 한국과 동유럽 국가들, 그리고 독일에 이런 협정을 제안하여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최초로 이런 협정을 체결하였다. 즉, 다른 국적의 여행자들에 비교해봤을 때 한국 여행자들에 대한 두 배의 지문날인 검사가 존재한다. 그만큼 더 예비범죄자 혹은 테러리스트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그 동안 이런 범죄기록이나 개인정보들이 이미 미국비자를 받을 때도 제출해야 했던 정보들이라고, 그래서 문제가 아니라고 답변해 왔다. 우리는 같은 이유에서 이것은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아니며, 새로운 비자제도라고 말하고 있고, 유럽연합 역시 미국의 새 프로그램이 새로운 비자제도인 것 같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강화된 VWP에 대해서는 이미 유럽연합 회원국 등 34개국 주미 대사관이 인권침해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동명의로 미국정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세상의 어느 비자협정도 양국 간의 범죄정보를 교환하고 있지는 않음을 생각해보면 이제 막 시작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세계 어느 비자심사보다 강력한 비자“면제”프로그램인 셈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과거 비자심사 때에는 개인들이 제출하는 정보들에 의존해 심사해오던 것을, 이제 개인이 제출하는 정보와 함께 한국 정부가 구축해놓은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속하여 더욱 강력한 심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처토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말했던 것처럼 동맹국의 여행자들에 대해서도 개개인 여행자별로 세세한 검사가 가능해졌다. 즉, 인간에 대한 강력한 “검역주권”을 확보한 셈이다.

과거의 삶은 미래에 대한 필연적 원인이 아니다. 누구도 자신의 의심 때문에 타인이 이동할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또 공동체가 요구하는 대로 형벌의 시간을 인내해내고 공동체 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이 왜 특정지역로만 이동할 수 없는 것인가? 정부는 이 모든 것이 국민의 편리를 위해서 말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것은 국민의 편리가 아니라, 국민을 관리하는 국가의 편리이며, 누군가를 낙인찍고 배제하고 차별하는 폭력의 편리이다.

전 세계의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들여다보고 싶은 미국의 욕망은 한국의 데이터베이스를 손 안에 넣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11월 17일 사건의 주인공을 빅브라더 미국과 그의 종 한국이라고 표현해준다면 적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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