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기륭전자는 불법도청 사과하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금속노조 기륭분회 김소연 분회장이 응급처치를 받던 병원에서 기륭전자로 돌아왔다. 오늘로 단식 76일째를 맞는 그의 건강을 우리는 먼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이 생명을 바쳐서 무언가 주장을 할 때는 겸허하게 그의 주장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빨리 죽으라고 염장을 지르는 짓을 하는 건 인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우리는 그동안 기륭분회 노조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마지막 노사협상이 타결되기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그들이 한 말이 있었고, 약속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6월 7일의 협상안이 있었으며, 그 협상안은 한나라당 원내대표 참석 하에 노사 간에 합의한 내용이기도 했다. 노조도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 기륭 회사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인내하면서 기다려왔다.
그러나 회사가 보여준 것은 협상을 결렬시키고, 노조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광고를 조선일보에 게재한 것뿐이다. 국내에서 생산라인을 옮겨 놓은 것이 확인된 마당에도 이는 기륭과는 무관하다는 너무도 뻔한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제는 기륭공대위 회의조차 도청을 하고, 그것을 장기 단식자에게 문자로 보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는 군사독재시대에나 있던 도덕적 책임을 면하지 못할 사건이고, 그에 따라 도청 행위는 수사상의 필요에 의해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이런 행위가 만연할 시에 생기는 사회적 불안요인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비인간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른 책임자를 비롯해 회사의 책임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지금까지 기륭 분회의 투쟁에 한 마디 언급도 없던 조선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기륭전자 노조의 투쟁 때문에 노사가 다 망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경영진들이 그동안 저질러왔던 반사회적 경영과 불법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마치 6월과 7월 노사 합의안이 결렬된 것이 강경파의 주장 때문인 것으로, 좌파 노동계와 정치권이 기륭 문제 해결보다는 이를 이용해 먹으려는 심산이 있는 것처럼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역시 조선일보답다. 단 한 번도 노동자의 딱한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는 척도 안 해본 조선일보다. 그런 조선일보마저 사설 말미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기륭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딱한 처우를 개선시키면서 기업 활력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기륭회사와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노조의 거짓선전에, 그리고 좌파 노동계와 정치권의 선동 때문에 네티즌들이 동조단식을 비롯한 투쟁에 나서고, 전국으로 기륭전자 투쟁을 지지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지를. 기륭은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 전국의 80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웅변하고 있고, 그런 투쟁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1천일 넘도록, 고공농성을 비롯해 죽는 일 빼고는 모든 투쟁을 다해보았음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에, 그리고 목숨을 건 처절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음에 모두 안타까운 마음으로, 절절한 마음으로 기륭투쟁이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스스로 촛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회사는 성실 교섭에 나서라. 구청과 경찰은 투쟁 현장을 빨리 정리하려고만 말고, 회사를 압박해 회사가 사태 해결하도록 노력하라. 이제라도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행한 약속을 지켜라. 그것만이 76일째 장기 단식 중이 김소연 분회장 등의 단식을 풀게 하는 길이다. 인간의 존엄함을 철저하게 짓밟혀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에게 이 사회가 그래도 살 만한 곳이고, 인간답게 살 길을 같이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라는 희망을 기륭전자에서부터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람의 목숨부터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2008년 8월 26일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자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HIV/AIDS인권연대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인권연대,인권교육센터들,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DPI,한국게이인권단체친구사이,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전국 39개 인권단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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