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취재요청서
집회시위의 자유도 돈으로 사야하나!
현대기아차그룹에겐 넘치는 자유, 동희오토 비정규직노동자에겐 폭력과 재갈만이!
비정규직 탄압, 집회시위의 자유, 기본권 파괴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서초경찰서 규탄 기자회견
일 시 : 2010년 8월 18일 (수) 오전 10시 30분
장 소 : 국회 정론관
주 최 :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권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담당 : 기선(011-9059-7298), 정진우(010-6343-5752)
1. 귀 언론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2. 기아자동차의 ‘모닝’을 생산하는 국내 최초 유일의 ‘완성차 위주 공장’인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희오토노조는 ‘직접교섭쟁취’,‘불법파견철폐’,‘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월 12일부터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동희오토의 실 사용자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모닝’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리기는커녕 갖은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본사 앞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돈으로 용역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허위집회신고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재판부조차 그 범위가 너무 넓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가처분신청을 낸바 있습니다.
4.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인 서초경찰서는 이러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불법적이고 반 인권적인 행위를 묵인, 비호,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주 정보공개청구과정에서 2010년 7월부터 현재까지 [경비업법 시행규칙] 제24조에 따라 제출된 [경비원 배치신고서] 일체를 서초서에 청구하였는데 다음 날 현대기아차그룹 본사와 관련한 신고는 없었다고 하다가 또 그 다음날 이제 제출된 게 하나 있다는 연락이 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5.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제8조 제2항은 동일한 장소에 2개 이상의 집회신고가 있는 경우 무조건적으로 후에 접수된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개 이상의 집회가 신고되어 있어도 각 집회의 성격이나 진행방식에 따라 신고된 집회가 모두 개최될 수 있음에도 구체적인 사정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후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집회시위에 대한 실질적 허가권을 행사하면서 자신의 의무를 남용하거나 방관하고 있습니다. 기업에게는 과도하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부여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이 자신의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1. 상반된 집회라도 둘 다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여러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고, 2. 집회금지통보는 그런 모든 수단을 다 소진한 후에야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6. 최근 현대차에선 불법파견에 대한 정규직화 판결은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피해가던 원청사용자성의 실질적인 인정임에도 현대기아차 그룹은 동희오토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으며, 용역경비를 동원한 직접적인 폭력 외에, 현재 그들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절박한 길인 집회마져 돈으로 사 입을 틀어막고, 비상식적인 가처분신청으로 그들의 손과 발을 묶어두려 하고 있습니다. 서초서는 이를 묵인하는 것을 지나 일방적인 노동자연행과 함께 절차상의 의혹까지 제기되는 바, 이와 같은 사실을 상세히 밝히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합니다.
■ 기자회견 순서
○ 민중의례
○ 규탄 발언
- 규탄 발언 1. 조승수 국회의원 : 동희오토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및 집회, 표현의 자유침해 규탄
- 규탄 발언 2 홍희덕 국회의원 : 현대기아차 그룹의 원청사용자성 인정 및 교섭 촉구
- 증언 이백윤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장 (영상 및 사진과 함께)
- 규탄 발언 4 강문대 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 현대기아차 그룹의 가처분신청의 부당성과 중복집회금지로 인한 권리침해문제
○ 기자회견문 낭독
‘집회의 자유’ 위해 ‘집회신고’의 자유부터 쟁취해야 하나?
-현대기아차그룹 등 대기업들의 집회신고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
최진일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사무장
서초경찰서의 진풍경
요즘 서초경찰서 별관 민원실 앞에는 매일 진풍경이 벌어진다. 하루도 빠짐없이 10여명의 사람들이 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밤12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맨 앞사람이 집회신고서를 내고 빠진다. 그리고 이 진풍경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신고서를 낸 사람이 다시 맨 뒤로 가서 줄을 서는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한칸씩 당긴 다음 전혀 새롭지 않은 하루를 시작한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집회신고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 등을 적어서 언제든 민원실에 제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들이 모두 현대기아차 본사 앞 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나와있는 용역직원 및 아르바이트생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당은 대략 12만원. 최소 2교대로 운영한다고 해도 20명은 필요하니 현대기아차가 집회신고를 위해 쓰는 돈은 최소 하루에 240만원인 샘이다.
현대기아차 본사의 살풍경
현대기아차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집회신고를 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속칭 ‘방어집회’에 있다. 현대차, 기아차는 물론 현대제철, 모비스, 엠코 등 계열사에 하청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셀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양재동 현대기아본사와 관계를 맺고 있고 그만큼 많은 분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본사 앞에서 노동자들의 집회가 뜸한 원인이 바로 현대기아차가 집호신고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2일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소속 7명의 해고자들이 해고자원직복직과 노동조합 인정 등의 요구를 걸고 현대기아차와의 직접교섭을 주장하며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고 이제 그들이 매연으로 가득한 길바닥에서 지내온 것도 한달의 시간이 지났다. 집회신고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해고노동자들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투쟁의 방식으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선택한 것이다. 집회를 할 수도 없었고, 현수막을 걸 수도 없었다. 천막이라도 치면 불법건조물로 철거될 것이 뻔했다.
경찰도 노숙하는 것은 관여하지 않았고, 구청도 불법건조물이 아닌 이상에야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 오로지 현대기아차 사측만이 동희오토 해고자들의 노숙농성에 비인간적인 폭력으로 응답해왔다. 첫날부터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대고 잠들어 있는 해고자들에게 모래를 뿌렸다. 시시때때로 용역경비들이 몰려나와 농성물품을 파괴하고 폭행과 욕설을 일삼았다.
불법주차와 함께하는 교통질서 캠페인
현대기아차는 동희오토 해고자들의 노숙농성이 용역경비들의 폭력으로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이어지자 실제로 자신들의 집회를 하기 시작했다. 부서별로 돌아가며 피켓을 들고 나와 교통질서를 확립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개중에는 ‘자연과 우리는 하나입니다’라는 뜬금없는 피켓도 섞여 있었지만 가장 웃지못할 아이러니는 그러는 와중에도 현대기아차의 버스 한 대는 동희오토 해고자의 일인시위를 가리기 위해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위 ‘유령집회’, ‘방어집회’라고 불리는 사측의 이러한 가짜 집회는 오직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화살을 막는 목적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8월 8일 현대기아차는 결국 용역직원들까지 포함해 150여명을 동원, 대규모의 유령집회를 열고 그 와중에 동희오토 해고자들의 노숙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해 버렸다. 해고자들은 길건너편으로 옮겨 노숙농성을 이어갔지만, 그들이 처음 자리잡았던 곳은 벌써 중장비로 파헤쳐지고 순식간에 화단으로 바뀌어 다시는 엉덩이를 붙일 수 없게 변해 버렸다.
서초경찰서의 집회신고 접수, 합법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서초경찰서의 입장에서는 매일 10여명의 인원이 경찰서 앞에 진을 치는 것도 골칫거리인데 동희오토와 같은 노동자들이 집회신고를 내기위해 그 대열에 합류하면 경찰서 앞은 며칠동안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집회신고 대기장소’다. 한줄로 설 수 있도록 가드레일을 만들어 놓았고 새치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CCTV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만큼 합리적이지도 않고, 심지어 법적인 절차를 지키는 것도 아니다.
집호신고는 말그대로 신고이기에 누구든 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고, 만일 2개의 신고서가 시간과 장소가 겹친다면 접수한 시간이나 신고내용의 현실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쪽의 집회에 불가를 통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서초서의 방식은 오로지 줄서기에 의해서만 접수여부가 결정되고 순서가 아닌 사람은 신고서를 제출조차 할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1년 365일 교통질서 캠페인을 한다고 신고하고 실제로는 분쟁이 벌어질 때만 방어용으로 사용되는 집회신고와 자신들의 절박한 요구를 위해 단 하루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보려는 사람들의 집회신고가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오직 ‘선착순’으로만 비교되는 것이 과연 평등한 것일까?
‘법 앞에 평등’이 ‘돈 앞에 불평등’이어서야.
문제는 이러한 방식과 관행이 일반인들의 대기업을 상대로한 집회신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집회 한번을 위해 10일이 넘는 시간을 경찰서 앞에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기아차 자본은 하루에 수백만원을 써가면서 용역을 동원해 집회신고를 낼 수 있다. 사실 서초경찰서에는 현대기아 이외에도 삼성, 두산 등의 대기업들이 유령집회신고를 위해 용역직원들을 배치해 놓고 있다. 만인이 법앞에 평등한 것을 법치국가라 한다면 만인이 돈 앞에 평등하지 못한 것이 자본주의인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등을 이야기하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지켜내고자 한다면, 4110원의 최저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과 회장님의 심적인 안정을 위해 하룻밤에 240만원을 쓰는 거대기업간의 평등이 무엇인지 말해야 할 것이다. 거대 재벌들의 집회신고 독점과 유령집회에 대해서 분명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발언권이 우선시 되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참고] 수학문제로 풀어보는 집회신고 독점의 현실
문제. 2010년 8월 12일(목) 오후 2시, 현대기아차의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싶었던 동희오토 해고자 이백윤씨는 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서초경찰서에 갔다. 그런데 민원실 앞에는 현대기아 사측의 방어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5명의 용역직원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백윤씨가 가능한 가까운 평일에 집회를 하고자 한다면 그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집회신고를 낼 수 있을까?
정답. 202시간
해설. 12일 10시간 (이날 신고는 일요일자이기에 용역직원은 신고서 제출하지 않음)+
13일~17일 24시간씩 (매일 용역직원 1명씩 빠져나감)+
18일~19일 24시간씩 (신고를 내봐야 집회날짜가 주말이 되므로 그냥 대기)+
20일 24시간씩 (월요일 집회신고 접수!) =202시간
금속노조 충남지부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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