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연석회의

  
[펌]공소시효배제특별법 관련 기사
 시효연대  06-05 | VIEW : 1,175
"조작사건의 진실 밝혀 제대로 된 정신과 역사 세워야"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 이덕우 변호사
민중의 소리 차성은 기자    

“국가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회에서 매장된 당사자와 가족들이 아직까지 고통 받고 있는데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국가권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특별법제정운동은 우리나라의 정신을 올곧게 하는 것이며 제대로 된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이 법의 핵심은 진실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이다”
  
지난 해 2월 유신정권하에서 의문사한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정부 기관에서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 일을 저질렀을 때는 시효를 이유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또 법원은 수지김 간첩조작 사건,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교도관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한 박영두씨 사건에 대해서도 각각 2003년 8월, 2006년 9월에 국가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가가 공소시효 소멸을 이유로 배상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전향적인 판례들이다. 이 판결은 최 교수 사건과 마찬가지로, 반인권적 국가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주고 있다.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인 이덕우 변호사는 "올해는 대선이 있어 각 정당들이 대선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올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내년으로 넘어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법 제정운동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그럼에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은 지난 2005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2년이 다 되도록 처리되지 못한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인권운동을 하며 숱한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봐왔던 이덕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그 피해자들의 고통을 잘 알기에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운동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특별법은 공소시효도 지난 일을 들춰내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법이 아니"라며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등의 행위, 범행의 조작 또는 은폐행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정지해 진실을 밝히는 것과 민사상과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규정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는 "이는 과거문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현재의 문제"라며 "이를 그대로 두고 화해를 얘기하는 것은 잔인하고 국가존립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어 각 정당들이 대선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올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내년으로 넘어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법제정운동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천주교인권위원회 등 9개 단체들로 구성된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이 처리될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다.
  
  <민중의소리>는 지난 달 31일,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이덕우 변호사로부터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아래는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공소시효배제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그동안 국가권력을 빙자한 엄청난 범죄행위가 자행되었다.
  
  보도연맹사건,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 장준하선생 암살, 최종길교수 고문치사, 인혁당사건, 수지 김 사건 등. 인혁당 사건의 가족들은 평생을 빨갱이 가족으로 몰려 온갖 고생을 했다. 조작사건 당사자와 유족들의 피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으며, 아직까지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과거문제가 아니라 현재문제이다.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이를 놔두고 화해를 얘기하는 것은 잔인하고 국가존립을 부정하는 것이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먹고 살기도 바쁜데 과거의 일을 왜 끄집어내느냐, 경제에만 신경 쓰자고 한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50년대는 정말 배고픈 시기였다. 하지만 정신도 중요하기에 반민특위 등 과거청산을 하려는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지금이 그때보다 더 배고픈 시기인가 그 당시와 비교해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로워 졌다. 아버지, 우리 자식 세대가 풍요해진 만큼 행복해졌나? 그렇지 못하다. 정신이 올곧은 나라를 세워야 한다. 과거청산을 통해 정신을 올곧게 세워야 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백범 김구 기념관을 찾아가 행사를 한다. 김구 선생은 부강한 나라, 군사대국을 원치 않았다. 김구 선생은 문화대국을 원한다고 했다. 즉 백범 김구 선생은 정신이 올곧은 나라를 꿈꿨던 것이다. 백범기념관을 찾는 정치인들은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을 촉발시킨 사건이 있다면? 그리고 꼭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을 촉발시킨 계기는 수지 김 사건이다. 87년 초 전두환 정권은 수지 김 사건을 만들어 직선제 개헌 요구를 탄압하는데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2001년 이사건 공소시효를 앞두고 수지 김의 남편인 살인자 윤태식을 구속했지만 윤태식은 깃털에 불과하고 몸통은 장세동이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다.
  
  수지 김 사건을 계기로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공소시효배제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등을 개최했고 이를 계기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종길 교수 사건처럼 피해자 측이 고문치사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난 만큼의 세월이 흘러 피해자 측이 입증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상도 이뤄지기 어렵다. 때문에 진실화해위원회 등에서 진실을 밝히고 5·18특별법처럼 피해자에게 일괄적으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는 어떻게 구성되었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를 한다면.
  
  - 특별법제정연대는 국가권력 피해자 가족의 정성이 바탕이 되어 구성됐다.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수감된 박영두 씨가 “사람대접을 해 달라”며 나선일이 있었다. 박씨는 폭동주동자로 몰려 군사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교도관들의 고문으로 사망했다. 다행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직권조사를 통해 고문치사라는 진실을 밝혀냈고 유족들은 손해배상을 받았다. 고문치사로 사망한 박영두 씨의 큰형 박영일 씨는 동생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인권단체 활동비로 배상금을 내놓았다. 이 배상금을 바탕으로 기금을 조성해 연대회의가 구성된 것이다.
  
  2005년 7월 여야 145명의 의원 동의를 받아 이원영 의원이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특별법은 국회 법사위에 2년째 계류 중이며 공청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특별법제정연대는 지난달 1인 시위를 진행했고 각계인사 선언, 바자회와 전시회, 법제정 촉구 캠페인, 공청회 등을 열어 갈 것이고 국회의원들과 국민들께 특별법에 대해 알려나갈 계획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개별 국회의원들을 만나 설명을 하고 법사위에서 공청회를 열도록 요청하고 있다. 정당대표와 인권단체간의 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의한 피해사례로 대표적인 사건을 소개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 앞에서 말한 수지 김 사건, 박영두씨 사건, 인혁당 사건 말고도 ‘신귀영 일가 간첩사건’도 대표적인 조작사건이다.
  
  1980년 재일동포인 신귀영(71)씨 등 일가 4명을 간첩으로 기소해 3년에서 15년간 복역시킨 사건이다. 이들은 조총련도 아닌 민단 소속이었다. 그러나 신군부를 장악한 전두환 정권은 공안정국을 조성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신귀영 일가 간첩사건’을 조작해냈다.
  
  당시 경찰이 간첩행위를 했다는 증거로 제시한 것은 이들이 부산시내 서점에서 지도를 구입해 조총련 공작원에게 전달했다는 것과 버스를 타고 가서 미군부대사진을 찍어 넘겨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 조서에 나와 있는 서점은 그 당시 이발소였으며, 신씨가 탔다는 버스 노선은 미군 부대로 가는 버스도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올 2월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조작사건이라고 진실규명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조사를 통해 “부산시경은 간첩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하자 치안본부장이 승인한 공작 계획에 따라 신씨 일가를 불법체포·감금한 뒤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해 허위 자백을 받아 간첩으로 조작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당시 경찰관은 신씨 일가를 불법 감금한 사실을 시인했고 한 경찰관은 물고문 등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이렇게 고문 등을 통해 얼토당토않은 조서를 꾸며 간첩단 사건을 조작했던 것이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특별법제정연대가 생긴지도 2년이 되어간다. 특별법 제정 노력에 나서는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 친일파 후손들이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범죄행위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세력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또 국회의원들과 국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이 특별법은 공소시효도 지난 일을 들춰내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법이 아니다.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의 핵심내용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등의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국가공권력에 의한 범행의 조작 또는 은폐행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것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등이나 이에 대한 은폐행위에 대하여 민사상의 소멸시효규정을 배제하는 것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이 법 시행 이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한 경우에도 국가는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이다.
  
   요약하면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등의 행위, 범행의 조작 또는 은폐행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정지해 진실을 밝히는 것과 민사상과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소멸시효규정을 배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실을 밝혀 피해자 명예회복과 손해배상은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과거의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즉 가해자 처벌보다는 피해자 명예회복과 손해배상에 의의를 둔 법률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국회 법사위 의원들도 오해하고 있다. 꾸준히 만나서 알려낼 예정이다.
  
  
  - 특별법 제정의 가능성은 얼마 정도로 보는지.
  
  - 반반이라고 본다.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 올해는 대선이 있어 각 정당들이 대선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통과시키지 못해 내년으로 넘어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공소시효·과거청산·친일파재산환수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어있다. 더 많은 여론을 형성해 잘 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6월 임시국회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지만 안 되면 10월 국회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 안되면 각 대선 주자들에게 자료·기금을 활용해 압박하고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할 것이다. 공약으로 채택하게 하고 이슈로 만들어볼 계획이다.
  
  
  - 작년 말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 설명을 부탁드린다
  
  - 이 법안은 집단살해죄,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에는 공소시효나 형의 시효를 모두 배제하며 외국인이 국외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른 후 입국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집단살해죄는 특정한 민족, 종교집단 등을 파괴할 목적으로 저지른 살해 행위를 뜻하고, 반인도 범죄는 국가정책과 관련해 주민을 살해ㆍ노예화하거나 강제이주, 고문, 성폭행한 경우를 지칭하며 전쟁 중 저질러진 전쟁범죄에는 사람과 재산에 대한 범죄, 금지된 방법이나 무기를 사용한 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제상설형사재판소에 가입한 나라는 시행 법률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라야 하는 국제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입했지만 미국은 가입을 않고 있다. 미국은 뻔뻔하게 미국인에 대해서는 이해해 달라고 한다. 이라크침략전쟁에서 미국은 이 법의 구성요건인 집단살해,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를 모두 저질렀다. 미국이 국제상설형사재판소에 가입하면 당장 부시는 전범재판에 회부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미국이 도쿄의정서에 가입 않는 것처럼, 가장 많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미국이 국제상설형사재판소에도 가입을 않는 것이다.
  
  
  - 인혁당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한 판사들의 명단 공개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명단 공개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선배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당연히 명단을 공개해야 하고 선배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귀영 일가 간첩단 사건'에서 조작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재판관들은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제출하지 않다가 왜 이제야 내느냐'고 했다고 한다. 또다시 재심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에서는 아직까지 결정을 안 내리고 있다.
  
  후배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국정원, 경찰 등 대부분의 국가권력기관에 과거사청산위가 있지만 유독 법원과 검찰만 없다. 법조계에 있는 후배 판사·검사들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로스쿨을 도입하고 배심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난 5년을 평가한다면.
  
  -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고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역사의식과 철학이 없는 것이다. 정상이 아니다.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자는 안을 놓고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해라. 국민을 속이고 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국민들은 그에게 여대야소를 만들어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분양원가 공개,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청산이었다. 70%가 넘는 지지율로 못할 일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양원가공개를 공약으로 당선됐지만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더니 부동산값이 2~3배 오른 지금에 와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손도 못 댔고 과거청산노력도 미미하다. 김대중 정권은 부족하나마 명예회복 의문사 특별법 등을 제정해 몇 가지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혀냈다. 이에 비해 노무현 정권은 진실화해위원회와 친일재산환수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활동이 미미하다. 이들 위원회의 활동이 미미해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과거의 정권보다 발전된 것이 없다.


2007년06월03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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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범죄에 '공소시효' 면죄부는 안된다
[주장]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김유경(iammiam) 기자    

반인권적 국가범죄. 생경한 용어이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권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개념만 가지고 있었을 뿐, 우리 사회에서 반인권적인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그 피해자들은 얼마나 가혹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던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피해 사례들은 나에게는 너무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던 석달윤씨는 수사관들에 의해 물고문으로 먹은 물을 빼낸다며 거꾸로 매달아 배를 짓밟는 고문을 당했고, 볼펜심을 성기 요도에 찔러 넣는 짓까지 당했다고 한다.

"너 하나 죽어도 진단서 하나면 된다"고 말하는 그들 앞에서 '죽어나가는 것보다 살아서 가족을 봐야한다'고 생각한 그가 허위자백을 하고 간첩이 된 것은 불가항력이 아니었을까.

남매가 간첩으로 몰렸던 사건의 피해자들 역시 샤워를 하던 중 수사관이 성기에 칫솔을 대며 "어떤 게 더 큰지 한번 대보자"는 수모를 당하는 등 무수히 많은 조작간첩사건 피해사례들의 가혹함은 듣는 나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 가혹한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간첩이 된 그들을 이웃들은 외면했고, 자식들은 '빨갱이 **'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나오고 나서는 교도소에 있는 게 더 낫다고 했어요, 형사들이 얼마나 쫓아다니는지 어딜가면 간다고 하고 갔다오면 갔다왔다 해야 하고"라고 말하는 이재두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반인권적 국가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은 과연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기가 막히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대명천지에 어떻게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이러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나를 더욱 치떨리게 했던 것은 이토록 처절한 범죄의 주체가 다름 아닌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국가라는 사실이었다.

법의 ㅂ자도 모르던 내가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2005년 9월 이원영 의원 외 145인 발의)에 관심을 갖고 그 제정을 위한 활동에 뛰어들게 됐던 것은 바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피해자들이 더 이상 양산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이들의 처절한 절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들을 버려두고 있는 국가 시스템의 완고한 보수성과, 공소시효라는 면죄부를 앞세워 책임을 면하고 오히려 호의호식하고 있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 역시 나에게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의 제정의 절박성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은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더 이상의 국가범죄의 재발을 막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구제의 길을 열어놓기 위한 법률이다.

국가권력의 성격이 바뀌기 전까지는 피해를 호소할 길마저 막힐 수밖에 없는 국가범죄의 성격상, 이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피해구제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지난 시기 가해자들을 들춰내어 처벌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미래의 국가범죄의 발생만은 막자는 취지의 법률 제정에 장애가 될 만한 요인이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발의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공청회 한 번 열린 적이 없었다. 국회의원들을 만나 호소하고, 1인시위,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수많은 이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으니 이번 6월 임시 국회 때는 어쩌면 이 법안이 상정되는 것을 보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더 이상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의 제정이 형식적인 법논쟁과 정쟁 다툼에 휘말려 늦춰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겼던 87년 6월 항쟁 20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오늘, 그러나 여전히 반인권 국가범죄 피해자들은 피눈물 속에 절규한다. 다시 한 번 묻는다. 17대 국회는 왜 공소시효배제특별법의 제정을 미루고 있는가. 특별법의 제정 없이 17대 국회가 과연 역사적 책무를 다 했노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지막으로 아람회 조직사건 피해자들의 당부에 귀기울일 것을 법 제정 관계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며 부족한 글을 맺도록 하겠다.

"우리가 그때 당한 일은 차마 인간이 인간에게 하지 못할 짓이었다. 더 이상 우리와 같은 공권력에 의한 무고한 피해자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문조작 가담자들을 엄정하게 단죄함으로서 반인권적 국가범죄에는 시효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5·18아람동지회 기자회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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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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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성명) 명보위 하경철위원장은 국민과 민주열사 영령앞에 사죄하라!  열사명예회복 05-30 58361
181   공소시효배제특별법제정연대 소식지!  시효연대 05-28 969
180   [점거농성] 5월28일 꼭 참가 부탁드립니다  민주열사 명예회복 05-24 1019
179   [5월22일 농성1일차 보고]언론보도에 각계인사들 격려 및 지지방문 이어져...  열사정신 05-23 1167
178    UNEP 국제환경사진 전시회  유넵한국위원회 05-22 1297
177   [성명] "자칭 페미니스트 이명박, 그러나 동성애는 안돼!?“  성소수자위원회 05-22 1696
176   <농성1일>장준하선생 등 민주열사 민주화운동 불인정에 대한 민주화운동심의위원회 항의 농성  추모연대 05-22 1403
175   [연속토론회]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문화운동의 새로운 프레임, ‘문화권’  문화연대 05-21 1060
174   [공모]정치검열에 저항하는 5가지 비책  다산인권센터 05-14 1042
173   책소개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메이데이 05-02 1316
172   정피모 관련 인권호소문이 있길래.. 퍼왔어용!!  콩콩이 04-28 1180
171   이시우사진전 안내 / 2007년 4월28일(토) ~ 30일(월)  고려산 04-20 1401
170   호 소 문  군산사람.. 04-18 4484
169   허세욱 동지여! / 김치문  노동자 04-17 1437
168   [함께해요] 집회한다 허가하지마시라!  집시법불복종행동 04-17 1281
167   제2회 아시아인권포럼 안내  ACHR 01-16 1191
166   [성폭력에 대한 평화인권운동 토론회] 운동사회 내 성폭력을 다시 묻다  토론회준비모임 12-08 1234
165   [고발]고름낀 미국산 쇠고기 도축현장 몰카  김치문 11-30 1170
164   <긴급 호소문>.  구로노동위원회 11-17 1819
163    툰자 ICC 한국위원회 제 3기 참가 어린이를 모집합니다.  UNEP한국위원회 11-16 4818
162   사랑하게 하소서  김치문 11-06 1166
161   ▶안녕하세요 외국인 인권보호 센터입니다◀  외국인센터 11-06 1468
160   [KBS스페셜] 충격!! 광우병과 한미FTA의 진실!!  노동자 11-03 1177
159   - UNEP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무소장 “Mr. Surendra Shrestha” 강연회-    UNEP한국위원회 10-31 2639
158   [영상] 한반도 핵전쟁 위기 - 평화를 위하여  노동자 10-24 1181
157   UNEP 아시아 태평양 사무소장 “Mr. Surendra Shrestha” 강연회  UNEP 10-24 4759
156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인가?"-제1회 미디어포럼에 초대합니다.  미디어연대 10-16 1101
155   내일을 어쩌렵니까  장동만 10-12 1056
154   오늘 같지 말아라  김치문 10-04 999
153   성명> 전교조 부산지부 통일학교를 빌미로 전개되는 공안탄압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09-26 1610
152   [성명서] 행정자치부의 불법적인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은 실패했다.  공무원노조 09-22 1617
151   긴급 집회  공무원노조 09-2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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