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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9년 1월 19일 오후 5시
장소: 서울 충정로 카페 나루
수다꾼: 김산(다산인권센터), 랑(민주노동자연대),
민선(인권운동사랑방),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석진(인권운동사랑방),
이승택(안산노동인권센터),
장병권(동성애자인권연대),
수진(경계를 넘어),
승욱(진보넷)
승택 ;
개인적 소감 먼저 얘기하면 오늘 주제와 정반대 입장에 있다. 제 경우 평생 노동 영역에 있었다. 노동이 익숙하지만 인권이 낯선. 내가 전혀 모르는 이 분야로 툭 들어왔기에 내가 인권을 봐야 하는 상황에 있어서 그걸 좀 보고 싶어서 왔다. 단체 생긴지는 10년 정도 되었다. 외국인노동자 문제와 공장에서의 노동교육사업에 치중해왔다. 몇 년 중에 상근자 사이 불협화음이 있었고, 지역 교육 사업에만 매진하느라 다른 일 못했고, 1년 동안 문을 닫고 있었고, 제가 센터로 들어오면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지역 이슈와 한양대 비정규직 문제를 주로 하고 있다.
랑 ;
민주노동자연대는 노동단체인지, 사회단체인지, 인권단체인지 헤깔려 하는데 인권단체연석회의 결합한지 짧아서 인권단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 있다. 사회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데, 기존 노동운동이 노조 중심, 대공장 중심, 경제적 투쟁으로 매몰되고 있는 경향성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다른 방식의 노동운동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역과 사업장을 기반으로 한 운동, 지역적 사안으로 연대사업 해나가고, 연석회의와 같이 인권활동에 대해 배워가고 있는 중. 연석회의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인천인권영화제는 해온지 오래 되었다. 인권에 대한 고민을 깊이있게 가져가야 할 필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연석회의에 결합하게 되었다.
랑 ;
한 단체에서 한 분류들 보니 겹쳐있고 같이 하는 부분이 상당히 있는데도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르는 것 같다. 우리도 애매하다. 사회단체라고 하기도 하고. 인권단체 연석회의와 함께 인권침해 감시활동하면 사람들이 뭐하냐고 놀란다. 그런 반응들도 많이 보았다.
석진 ;
인권단체라고 하더라도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반차공 나가면 장애인단체, 여성단체, 성소수자단체로 분류되는 단체들 많은데, 왜 인권단체라고 우리한테는 안하냐 그런다. 활동가대회를 하더라도 어디까지 제안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승택 ;
노동문제가 가장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단체라 그런 정체성 고민은 적은 것 같다.
명숙 ;
초창기 경우에 인권단체이니 인권교육, 이렇게 도식화되었던 부분이 있었다.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활동을 계획하는 것보다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으로 기계적으로 나누는 듯한. 인권의 의제 확장에 대한 신념보다 같이 하기보다 인권적 이슈가 되면 중요한 현안으로 올라갈 꺼라는 기대가 있는 듯.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게 사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경향에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는 것 같다. 일상적인 활동에서 인권적인 것이 뭐냐, 인권의제가 뭐냐 그 내용에 대한 고민, 인권감수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랑 ;
연대체에 인권단체를 부를 때 구색맞추기 이런 느낌이 있다. 절대 침해하면 안되는 것이 인권이기에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수월하다고 생각해서 인권단체를 부르는 듯. 파업을 했을 때 사람들이 갖는 부정적 생각(색깔)이 있는데, 파업에 대해 권리로 접근하면 희석할 수 있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권이라는 것에 중심을 두고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운동의 바깥에는 다 인권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의나 현재적 상황의 급박함으로 덜 중요한 것처럼 밀려난 것에 대해 지금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권과 다른 운동이 다르고 이런 분리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보니 인권이 침해당했을 때, 구제받기 위해 찾는 것처럼 한정되는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전에 보장되어야 할 인권이 무엇인지 먼저 얘기하는 것 필요하지 않을까. 운동을 이슈화해야 하는 측면 있고 중요하지만(그래서 인권을 내세우고), 그러다보면 단순히 그 사안이 끝나고 나면 잊혀져 버리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지 않나 싶다. 산이 촛불 만나면서 불편하다고 했는데, 전 그 이전 다른 운동들을 만나면서 늘 그랬던 것 같다. 운동이 인간과 인간이 만나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나누는 것인데, 그런 것을 뒤에 놓다보니. 인권운동을 하면서 그런 것이 중요하게 생각이 되면서 소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어떻게 같이 해나갈지 고민해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다른 운동의 영역에서도 해야 할 몫이 있는 듯.
승택 ;
저는 노동판 쪽에서만 있어서, 인권 감수성 이런 얘기되는 것 자체가 놀라워. 저는 수직적 구조 정파적 구조 속에서만 살아왔었는데. 인권단체에 뭔가 요청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집회할 때 앞에 와서 분위기 좀 띄어주세요"라고 문화패에게 말하는 거랑 똑같다.
민선 ;
일단 저는 인권활동을 오래하지는 않았는데. 다른 활동에서는 인권운동의 상이 고유하게 있는 것 같고, 인권교육/인권침해 조사 등. 아직까지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석진 ;
인권운동을 넘어서는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느꼈던 점은, 우리가 넘어서려고 했던 인권담론 “인권은 자유권뿐만이 아니야” 을 그 쪽에서는 계속 요청하고 있다는 것. 경찰감시 해달라고 하고. 그런 것은 거기서 직접해도 되는데. 많이 말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부족하구나. 우리가 그 동안 그런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말 부족하구나. 북인권도 마찬가지이고. 어디서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인권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인권의 경향성 중 하나가 법이랑 변호사랑 친하다는 것. 우리는 법이 아닌 인권을 말하고 싶은데.
산 ;
노동운동은 상명하달식, 대표자와 다이렉트로 얘기해야되는. 뭐 이런 것들이 있다.
승택 ;
이런 인권적인 이야기가 굉장히 신선하다. 노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모여서 한다는게 저로서는 낯설다. 방금 산의 이야기가 저에게는 익숙하다. 나한테 권위성이 있었구나 많이 깨지고 있는 과정.
랑 ;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수직적 체계가 있는 것인데. 소통이 잘된다기 보다는 그런 구조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수직적 구조가 시의성을 요구하거나 할 때 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문제는 늘 수직적이라는 것.
명숙 ;
인권위 관련 연명 때문에 지역 단체랑 소통했었는데, 상위 집행부가 없어서 결정하지 못한다고 했다. 설명해준다고 했는데도 결정하지 못한다고. 위계적 문화. 발언할 때 대표급 와서 발언해야 한다고 하는 경우 있는데 우린 대표가 없다, 담당자가 있을 뿐. 요즘은 좀 덜해졌는데, 인권활동가들은 수평적인 것을 지향하고 담당자인 사람이 더 잘 아는 거고 이렇게 달라진 듯. 서로에게 긍정적인 점이 생긴 듯.
승택 ;
노동운동은 전혀 소통이 안된다. 총연맹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그냥 통과시키려고 했었을 때 그냥 차 타라고 해서 조합원들이 가서 싸웠는데 끝나고 나서 조합원들이 왜 싸웠냐고 묻더라. 간부들이 일단 붙으니까 조합원들이 뒤로 붙었는데…
석진 ;
여성단체와 같이 활동하면서 오히려 인권단체보다 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좋았다. 여성단체는 더 소통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회의할 때 잘 소통되지 않는 것 보인다. 그런데 여성단체는 이런 것을 모아서 다시 논의 때 가져오고 그러더라. 이런 소통의 구조를 여성단체에서는 정착시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산 ;
정당 소속인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선거 때 싹 빠지고 올스톱되는데, 정당은 너무 당리당략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승택 ;
진보신당 위원장이 센터 회원인데 그 자신이 위원장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인권센터를 진보신당 조직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분위기를 그렇게 몰아가는 정파성과 센터의 중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 그런데 며칠 전 신년회에서 센터 대표가 당파성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해서 고민이 더 많아졌다.
랑 ;
지역에 있는 어느 단체 얘기를 하면, 그 단체는 상근자 둘이 특정 정당 소속이다. 그 단체 회원에는 여러 당원이 있고. 그렇다고 그 단체가 특정 정당의 색깔을 갖고 활동하냐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도 상근자 둘이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그 내부 회원들, 외부에서 경계하는 시선이 있다. 상근자가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는 것이 단체에 영향을 주고 경계하게 되는데 사실 그렇지 않으면서 분리하는.
산 ;
안산에서 이주노동자문화제를 하는데, 거기도 정파가 비슷한 몇몇 단체만 같이 한다. 그럴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지? 어떻게 다 같이 할 수 있을까?
석진 ;
사회운동포럼으로 그런 것을 풀려고 했던 것 같다. 많은 긍정성을 남기기는 했지만 서로 간에 확실한 차이를 느끼게 된 듯.
랑 ;
저희 단체를 편의상 나누자면 좌파라고 할 수 있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당적을 갖고 있다.(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어떤 활동가들에게는 그런 게 참 이해가 안되고 콩가루 같아 보이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선거 때 어떻게 할지. 획일적으로 지침이 내려가는데는 정리가 되는데. 각자의 정치적 선택인데. 정파의 폐해 중 하나는 획일적이어 한다는 것. 다양한 의견이 뭔가 하나로 정리되어야 하고, 세세한 부분에서도 단일하게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수진 ;
정당과 같이 일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특성을 배제하더라도 정당과 단체가 같이 일할 때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당의 입장에서 활동하기에 같이 활동을 해왔어도 당 입장에 따라 결정하는. 그 때 얘기를 풀어보려고 해도 당의 입장을 좀 배려해달라고 강요하는 측면이 있었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발판의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정당의 모습을 보일 때 힘들다.
산 ;
정파라고 해야 하나, 정치조직들이 철저하게 자신들 입장만을 얘기, 조직 가입을 요구하는. 그럴 때 어떤지?
승욱 ;
우리쪽을 더 많이 가입하게!
랑 ;
어떤 사안에 대한 연대사업을 하면서 함께 할지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조직적 성과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조직적 성과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얘기해봐야 할 듯. 노동현장 안에서도 정파가 다양하고, 조직적 성과를 내야 한다. 조직적 성과라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랑 ;
인권단체들은 그런 부분(성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걸까? 운동에 대한 기여를 전제로 깔고 그 운동을 통해 우리 안에 가져올 수 있는 것, 이런 고민들을 하지 않아서는 아닐 것 같다.
석진 ;
주로 회원들을 조직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 단체가 그런 것(성과중심) 같다. 인권단체들은 대개 그렇지 않은 구조. 그리고 그런 성과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담론의 확장 등. 그리고 성과를 독식하는 것에 대한 긴장을 갖고 있는 것 같고.
명숙 ;
사랑방 내에서도 인권운동의 대중화를 얘기하면서 그 실체가 무엇이냐, 자신의 인권에 대해 자각하고 인권옹호자가 되는 것, 아니면 인권단체의 회원이 늘어나는 것? 그 사람이 자신의 인권에 대해 자각하고 인권옹호자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인 듯. 인권운동의 대중화가 연대사업에서 보이는 모습이 무엇일까. 대중화를 자기 사업에 국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인 듯.
승욱 ;
조직적 성과가 아니라 우리가 의미부여하는 다른 성과가 있을 수 있는데, 민주노동자연대의 경험에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랑 ;
맨날 좌절하고 있다. 저희 단체는 정파운동을 하지 않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들이 우리도 모르게 우릴 정파로 나누더라. 현장회원들이 있고, 현장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거와 맞물리면 나뉘더라. 그러면서 딱지가 딱 붙더라. 노조현장이 그런 게 참 심한데 만나면 족보부터 깐다. 하나의 활동가로 보는게 아니라 어디 소속이다 라는 것으로 먼저 선을 긋는. 그렇지 않도록 다른 의미들을 나누다보면 또 선거, 그러면 다시 선을 긋고. 그런 것이 반복된다. 그래도 놓을 수는 없고 무엇을 할꺼냐 과제가 남는다. 긍정성을 나누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과제이기도 한 것 같다. 노조 안에서 그런 운동 말고 다른 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끌어줘야 하는 것 같다. 긍정적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그러면서 좌절 등을 반복하고.
명숙 ;
인권운동단체, 정치조직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세상을 바꾸는데 있어서 인권운동단체만의 몫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몫이 있다. 정파에 대한 문제제기는 필요해도 그들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 우리에게 과제가 남는 것 같다. 여러 이유에서 인권운동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정당도 정파적 분위기만 계속 되면 어려울 듯. 우리도 아직 정형화된 것은 아니지만 "진보적 인권운동"을 말하고 있는데, 이 내용/사람을 만들어나갈 때 정파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상황. 근데 그걸 뚫는 것도 인권운동의 몫인 것 같다.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인권운동이 그런 것(정파적 이해관계의 나쁜 모습들)을 깰 수 있지 않을까.
민선 ;
용산 수다회 때 큰운동/작은운동 얘기하다가. 변혁을 꿈꾼다면 전체운동을 관통하는 싸움을 움켜쥐어야 해. 그런 얘기가 있었다. 또 그렇다면 변혁은 뭘까? 이런 얘기가 이어졌고. 이런 얘기가 나왔던 맥락은 지금 용산싸움은 4구역 문제인데 이제 그 앞 용산 5구역(집창촌)의 문제는 어떻게 엮어낼 것인가? 거기도 이제 곧 재개발될 텐데 그런 것들을 함께 엮어내지는 못하는 언어의 부족 같은 것을 느낀다. 하나만 해결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연결되어 있는 고리들을 드러내는 것이 인권운동의 몫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질기게 해야할 것 같은데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 거. 또 하는 것들이 워낙 많아서 잘 안 보이고 갑갑한 그런 것들이 있다. 마냥 긍정적으로 낙관하기에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민선 ;
박래군이 전철연과 생활을 같이 하면서도 달라지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글 쓸 때는 “연대가 힘”이라고 한다. 그게 뭘가? 아직까지 답이 없다. 연대. 용산에서 연대했던 것은 뭔가 힘없는 연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장례식 당일 만장 300명이 필요하다고 현장에서 조직. 고민도 의미도 없고. 앞으로 더 많이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오히려 깎아내는 방식. 이런 방식이 계속되는 한 힘없는 연대, 몸대주기식 연대 이런 것만 반복될 수밖에 없지 않나.
병권 ;
연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연대라는 것이 없다면 성소수자 운동이 지금의 모습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산씨가 지역에서 청소년 인권 조례 관련한 여러 인식의 차이를 보았다고 했다. 이 부분만을 놓고 본다면 청소년 인권 조례에 ‘성적 지향,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는 논의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청소년 인권 조례에서 성적 지향의 문제가 왜 중요한지 만나는 과정에서 계속적인 문제제기와 설득이 필요하다. 동인련은 지금까지 청소년, HIV/AIDS, 이주노동자 인권 등의 활동에서 연대의 힘을 확인했고 이후의 과제를 고민할 수 있었다. 특히, 작년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그동안 깃발이나 피켓을 들고갔던 모습에서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와 함께 성적 지향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평등한 노동의 내용을 들고 리플렛을 배포했다. 그 자리에 함께한 노동자들이 리플렛을 받고 읽어봐 주는 것은 인식의 시작이자 연대의 기틀을 마련하는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무언가 변화하고 앞으로도 함께 할 활동, 행동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안에서의 차이가 발생한다면 문제는 ‘좋고 싫음’의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권운동 연대활동에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차별금지법 관련한 공동행동에서 어느 분이 ‘법안 운동이 싫어.’라고 이야기 했다. 법안 운동의 과정이나 등등의 장,단은 있을 수 있다. 문제를 짚어내고 토론하는 방식이 아닌 ‘싫어’의 감정적인 단어가 나왔을 때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본다면 동인련은 ‘범민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은 '성소수자 인식없는 단체와는 연대 불가‘로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표현,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활동에 연대하는 것은 인권의 이름으로도 당연한 부분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작년 반전운동연대체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논의한 내용을 가지고 회의에 들어가 범민련의 성소수자인식에 대해 토론했듯이 '연대하기 좋은 단체와 골라서 활동한다.’는 오히려 단체의 활동을 축소시킬 뿐이다.
수진 ;
연대가 힘이라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운동하기 어렵지 않을까? 내 개인이 운동을 하려면 그것을 믿어야지 운동 할 수 있다. 반전운동 2003~4년 때는 흥행되었는데, 그 이 후 바닥이어서 고민이 많이 든다. 반전에 동의한다면 누구나 집회나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반전집회를 열면 무지개 깃발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는데, 다른 곳에도 그런 믿음이 있으면 좋겠다. 진정성이 있는. 기계적이지 않는 연대. 정체성으로 인한 고통과 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연결선에서 집회에 오는 것. 그런 것들이 언젠가 큰 힘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많이 뛰어야겠죠. 연대의 의미가 상실되어 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저희는 모든 성명서에 연명하지는 않는데. 잘 모르는 사안에 기계적으로 이름 올리는 것은 지양. 한 번은 어떤 성명서에 댛 연명요청 전화가 왔었는데,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그 쪽 분야를 좀 아는 분에게도 물어봤지만, 그 분도 잘 모르고. 그래서 사무실에서 소화가 안되고. 다시 전화해서 저희가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되고 기계적 연명은 지양하고 싶어서 안되겠다고 했더니 화를 냈다. 성명서 연명하기, 집회 몇명 나가기 이런 기계적 연대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토론회 때도 그게 허공에 대해 하고 있는 얘기가 되거나 서로 모르는 얘기가 되는 것은 그런 기계적 연대에 매몰되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민선 ;
더 많이 만나고 드러내면 되는 건가? 그런 궁금함이 든다. 뭔가 플러스 알파가 있을 것 같은데. 시작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후에는?
병권 ;
작년 촛불에서 동인련은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나갔다. 단체 이름없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나갔을 때 무수한 질문을 받았다. 무슨 단체냐, 깃발이 예쁘다.. 등등.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네.. 하는 사람 그래요?하는 사람, 참 대단하다.는 사람 등등을 만났다. 거리에서 성소수자들의 인식의 한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집회에 나가 깃발을 드는 것이 무엇이 연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드러내며 현실의 상황에 부딪혔을때의 다양한 고민들이 쏟아질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살한 일이 있었다. 한기총이란 보수 기독교 단체에 맞선 행동들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기연이란 진보적인 기독교 모임을 만났다. 이 단체는 이후 성소수자 관련한 토론회도 열고 퀴어퍼레이드에도 함께하고 있다. 든든한 성소수자들의 친구이다. 특히 차별금지법 대응 활동에서는 이후 차별없는 기독인 연대를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드러내고 만나고 이후 서로의 영역, 서로가 영향을 받는 활동이 이어지는 것이다. 연대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동인련에서도 성소수자 이슈 이외에 용산을 찾아가고 노동자 집회에 함께하고 등의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동인련 안에서도 ‘우리는 왜 연대를 할까?’의 토론으로 이어진다. 용산을 통해 종로 재개발과 성소수자들의 주거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성소수자들의 노동권을 고민하게 된다. 연대를 통해 자신의 모습과 과제를 발견하게 되는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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