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09년 1월 19일 오전 11시
장소: 용산 레아
수다꾼: 박진(다산인권센터), 신유아(문화연대), 민선(인권운동사랑방), 명숙(인권운동사랑방), 미류(인권운동사랑방), 돕헤드(레아), 김일란(연분홍치마), 승욱(진보넷)
미류 ;
용산싸움에서 인권운동이 잘 안 보였던 느낌. 잘했고 못했고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용산참사와 관련해 인권의 레토릭("한국 인권의 현주소가 어떻고..")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인권운동은 이것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지.
박진 ;
두가지 의제가 있었다. 하나는 공권력에 의한 살인, 또 하나는 주거권의 문제다. 모두 인권운동의 의제인데, 근데 왜 인권운동이 중심에 있지 못했나? 결론적으로 두 의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불타는 망루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일단, 이런 큰 싸움을 한 역량이 솔직히 없었다. 또 예상가능했던 전망이 부재했던 것. 닥치면 하는 이슈파이팅에 너무 익숙해서 앞을 내다보는 것 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되는지 고민해보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이 왔다. 근데 또 올 것 같다. 이명박 상황 아래서 이런 문제는 다시 반복될텐데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자인 서울, 디자인되지 않은 가난한 삶들은 추방되고 있다. 뭘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용산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대추리 때도 그렇고. 그 때는 비폭력 직접행동, 평화적 생존권 등을 하기는 했는데. 이명박 시대 지금은 주어지는 과제수행되기도 너무 바쁘다.
미류 ;
인권운동만의 문제일까? 운동 전체의 문제일지도. 장례까지 치루며 한 단계의 싸움이 마무리됐는데 평가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별로 말이 없다. 용산이 낯선 싸움이긴 했으나, 인권운동에 가까운 이슈이기도 했다.
박진 ;
맞다. 인권운동에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운동이었는데, 역량부족.
돕 ;
인권활동가들도 더 많이 와서 기획이나 프로그램이나 뭔가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명숙 ;
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약간의 패배감. 운동을 재단하기. 결국에는 잘 안 될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잘 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큰 집회만 나오기. 그래서 자기 의제만 계속 잘해나가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또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만 가지게 되고. 문신부님이 “그렇게 해서 되겠냐? 자기하던거 하면서 이 싸움을 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달려들 수 없었던 이면에는 그런 좌절감과 자기가 해야되는 것을 해야되는, 해야된다고 판단하는 그런 것이 있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편에서는, 열심히 하다보면 우린 큰 싸움만 해야되는 것인가? 이런 질문도 있고.
박진 ;
생산하는 싸움은 에너지가 생기는데, 생산하지 못하고 막겠다 하는 싸움은 거기에서 끝이다. 평택에서는 어떻게든 지킬 수 있을거야 라는 희망이 있었다. 근데 여기서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었던 것. 에너지의 방향이 달랐던 것 같다.
유아 ;
워낙 이 사건 자체가 최소한의 생존권을 묵살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인권활동가들이 와서 뭘 해야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온 사람이면 누구나 인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런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라면 인권활동가라고 규정하지 않더라도 모두 인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온 셈이고, 들어와서 고민했던 과정이 여기에 있다.
돕 ;
그렇기는 한데, 인권적인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전복적인 상상력 이런 것들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고.
일란 ;
처음에 유아가 용산활동을 얘기했을 때 망설여졌던 것은, 그 두가지 문제를 다들 알고 있었고 자기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알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는 미디어활동가라) 그렇다면 저 사안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해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현장을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되는데, 그러기 위해서 더 전달해야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언어가 없었다. 열사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뭔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열사인 건 맞을 수 있는데 그것의 의미를 만들어과는 과정. 언어, 웹자보, 문구 하나하나가 왠지 겉돌고 있다.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사진이 사용되는 방식/이미지가... 어쨌든 유아가 열심히 하고 있어서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온 것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에 만들어진 이미지/죽음을 사용하는 방식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 같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 인권활동가들이 죽음을 알리는 방식, 그 언어 그 이미지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명숙 ;
레토릭이였느냐? 라고 했을 때,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말들이 오래되서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인권의 문제가 맞고. 유아가 말했듯이 누구든지 직감적으로 인권의 문제라고 느낄 수 있는 문제. 근데 왜 낡은 이미지 밖에 나올 수밖에 없었으냐? 우리는 인권도 나아지고, 현실도 괜찮아지고, 감수성도 바뀌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뭔가 옛날의 것이 나왔을 때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하나는 대중화의 방식을 못 찾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일란 ;
열심히 했는데, 작가들도 많이 활동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사용했던 이미지만 다가갔던 느낌.
박진 ;
불타는 망루의 프레임이 국민들에게 두가지 문제(공권력,주거권)를 다 보여줬다. 근데 그 두 가지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류 ;
인권의 레토릭이라는 건 인권이 아니었다는 것은 아니고. 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일단 좋다. 인권은 살아있음에서 출발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용산은 죽음에서 출발한 운동이었을 수도 있다는 고민을 준비하면서 나누기도 했다.
박진 ;
복잡한 싸움. 용산 싸움은 산 사람과도 엮여있는 싸움. 여전히 갇혀있는 사람들, 정권에도 큰 치명상을 주는 싸움. 인권운동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큰 덩어리 싸움. 진상조사단 2달 정도 했었는데, 끝나고 많이 힘들었다.
일란 ;
두가지 문제외에 다른 프레임으로 그것을 해석할만한 경험/언어/이미지 그런 것들이 없었다.
박진 ;
평택 대추리와 비교해보자면, 그 때 인권활동가들이 “비폭력 직접행동”, “평화적 생존권” 이런 것들을 만들어냈다. 용산은 평가해보면 잘 싸운 투쟁이라는 생각은 든다. 장례를 일찍 치루었다면 한국사회운동이 이 정권과 싸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버틴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용산 레아. 대추리 지킴이/신부님이 없었다면 이 공간은 가능했을까? 앞으로는 이 공간이 어떻게 증폭될 것인가? 대추리에서 레아로, 앞으로는 어디로? 이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지점. 성과가 있다.
미류 ;
대추리 때는 일단 먼저 싸우고 있었고, 인권의 언어 “평화적 생존권”을 찾았던 것 나중의 일이다. 용산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주거권" 이런 말들이 먼저 나왔다. 인권운동이 전문화되는 경향이 다시 "인권"을 찾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명숙 ;
이 싸움은 주체(철거민)가 분명한 문제. 어떻게 소통해야하는지. 주체가 있으니까 그들이 하고 우리는 조금 도와주면 되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일란 ;
주체의 문제에 연결해서 화염병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해야되는지, 그런 고민을 게을리해오지 않았었나? 어떤 시대에는 화염병이 정말 소통의 언어이거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었는데. 지금의 화염병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이것을 봐야되는지 생각할 때 벽에 부딪히게 되는 느낌. 큰 사안인데 뭔가 현장의 접촉면이 굉장히 좁다.
유아 ;
전쳘연의 투쟁, 그런 방식밖에 알지 못하는 문제. 새로운 집회방식들을 알지 못하는 문제. 인권활동가들과는 함께 인권교육 했는데, 전철연분들과는 인권교육을 하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미류 ;
제안을 한 적이 있고, 만나려고 했으나 만나기 어려웠다. 일주일에 한번씩 권리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이런 거 제안했었는데, 안 받아들여지는. 그런 점에서 약간 차단되어 있었던 느낌이었다.
유아 ;
속상한 건, 초기에는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초기에 절망적이었지만 분위기가 점점 좋아졌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론 내가 하지 못했던 것 아쉬움이 있다.
명숙 ;
조직된 대중, 노조 등과 만날 때 항상 그런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뭔가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운동인 것 같다. 주체가 분명한 운동에 있어서 어떻게 만날 것인가? 이런 고민이 남는 것이 아닐까?
돕 ;
교육이라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게 6개월 정도 지나서야. 다른 현장에서도 그런 시간은 걸린다.
유아 ;
인권활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오히려 자기막을 치는 것. 난 이게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돕 ;
반차별적인 행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교정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음 그럴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하는데, 까칠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고, 불편함을 얘기해야 되고 안하고 넘어갈 수도 없고. 어렵다.
유아 ;
전철연 분들 같은 경우는 항상 용역/경찰들이랑 항상 싸우다보니가, 그런 “욕” 같은 것이 몸에 베어있다. 전철연 한 분이 발언 때 “병신”이라는 단어를 썼었는데, 그게 왜 문제인지 말씀을 드리고 “아 그렇구나”하고 다음에는 안 그렇게 되는 과정. 그런 변화, 그런 것들이 소중하다.
일란 ;
용역이 쌍욕, 여성비하적인 욕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그렇게 다른 삶의 경험을 가져온 사람들과 어떻게 부딪혀야 되는지 없는 거. 그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그게 여자한테 할 소리야?”라고 응수했다. 그 사람도 언어가 없었던 것.
유아 ;
"쫄지마, 형사절차" 이 책도 거의 막판에 나와서 뭔가 아쉬움. 용역하고 싸울 때 인권교육이 절실함을 느낌. 학생들이 왔다가 놀래서 가고. “용역이 예술을 알아?” 이런 발언도 좀. 상대방의 인권과 내 인권 모두 존중할 줄 알아야.
미류 ;
모두들 하는 고민인데, 정작 그런 순간에 우리는 개인들일 뿐. “이 호모새끼야”할 때 “어머, 그거 칭찬이에요”라고 받아치면서 얘기를 풀어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란 ;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
유아 ;
어떤 어머님들이 스님 욕을 하는 걸 들었는데, 자기가 당한 것은 내 눈이 더럽고, 내 마음에 욕심이 있어서 그랬던 거라고 반성을 하더라. 일상에서 나도 반인권, 차별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미디어로 인해 텃밭 가꾸며 노후생활 하는 것이 실제의 상황이 될 거라고 꿈꾸는 것이 있다. 현실을 기피하는 것. 가진 사람들의 향수를 위한 대상이 되버리는. 현실의 치열함을 모르고. 그것이 가진 자들이 가난을 디자인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보고, 인지하고, 자기의 감수성을 발굴해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적 감수성을 가지고 이런 현실을 보는 것 중요. 인권활동가들이 "그건 반인권적이야"라고 했을 때 불편함 느끼기도. 가해자가 된 듯한 느낌.
미류 ;
인권이란 언어를 우리가 절대 침범해서는 안될 무엇으로 만들어가고 있어서, 오히려 우리도 비인권적이라고 했을 때 찝찝하고 불편해지는 게 있다.
유아 ;
일종의 인권활동가들의 우월성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란 ;
화염병에 대해 생각할 때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권력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화염병을 왜 들었나 이런 것들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화염병 자체의 폭력성, 나의 우아함. 이런 차원에서 쉽게 얘기하게 되는 게 있다.
미류 ; 두 방향 모두 필요한 고민이다.
돕 ;
운동사회에서 아직 미숙한. 서로에 대해 지적하는 방식이나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더 훈련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그런 의도를 갖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럴 때가 있는데. 경계를 허물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하지 않을까. 경계 속에서 되게 많이 고민을 한다. 얘기하지 못했을 때 후회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어떻게 잘 이야기할 것인지 계속 고민이 된다.
돕 ;
저는 인권활동가든 누구든 여러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레아에 모였으면 하는 생각. 용산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문제기 때문에 다양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생태운동하는 사람들도 와서 뭔가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것들이 안되어서 안타까움이 있다. 인권/문화/생태 이렇게 영역을 나누기보다 여기서 어우리지기를 바랬다. 그런 기획을 하려고 했으나 현실적인 일의 문제 등이 있었다.
돕 ;
대추리 때는 왜 많은 사람들이 왔었는가? 여기는 왜? 나는 왜 열심히 했는데? 저는 대추리처럼 같이 생각하고 열심히 했던 것. 대안적인 공간, 해방 공간. 대추리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더 많은 공간이 피어나길 바랬었는데, 빈 공간도 많았었는데. 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를 인권운동이 집중했으면 좋겠다.
유아 ;
용산에서의 싸움, 여기서 했던 버티기가, 쌍차 싸움에서 대학살을 막을 수 있는 힘이지 않았을까? 일정정도 승리한 부분. 빈 공간이 많은데 접근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소유문제 등) 최대한 많은 공간을 만들어내지 않았었나 생각이 들었다. 공간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잘 접근했던 것 같고,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박진 ;
레아라는 공간이 생겼고, 뭔가 꿈틀꿈틀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유아 ;
구술사팀이 철거민 한 명 한 명 만나서 얘기할 때 인권활동가들이 못 한 것을 채워준 부분이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박진 ;
구술된 것 책으로 나올텐데 그게 굉장히 중요하게 남을 것 같다. 대추리에서도 살았던 삶들 그것 하나하나가 인권의 역사다.
명숙 ;
구술사 활동. 뭐 이런 것을 통해서 현장에서 인권활동가들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가능성이면서 또 하나의 몫.
일란 ;
나는 인권활동가인가? 구술사팀은? 구술사팀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인권활동가라고 생각한다. 정말 훌륭한 활동이다.
미류 ;
인권활동가 다른 활동가. 이것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운동의 문제. 인권운동이 더 뻗어나가고 있다. 인권운동으로 더 자주 만나고 싶으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하고 있는 모습에 힘을 받게 되기도 하고, 이런 고민 속에서 인권운동의 연대.
일란 ;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인권활동 자체가 장르화되는 것 같은 느낌. 모든 활동에는 인권활동이 녹아있을 텐데. 전문적으로 특정한 영역을 해야하는 것도 있겠지만, “인권활동가”라고 할 때 무슨 의미인 것일까?
박진 ;
아까 명숙이 했던 얘기. 큰 싸움만 하면 되냐? 중요한 질문. 변혁운동에 대한 고민. 이 운동들을 관통하는 것은 무엇이냐? 변혁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 또 하나는 인권운동은 대중이 있느냐? 없다. 자기들만 너무 고고하다. 전철연도 만나야되고. 필요성도 안 느끼고. 대중을 만나지 않으니까 고매해졌고 전문화되고 이론이 많아지고.
일란 ;
5구역은 성매매밀집구역이고 앞으로 철거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고민하고 말할 것인가?
돕 ; 진짜 우리 언어를 만들어내야하는 구역이다.
미류 ;
청소년문제, 성매매문제 등이 운동을 관통하는 의제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을 볼 줄 알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이 인권운동의 힘의 원천이기도. 더 넓게 보면 결국 이런 가치들이 가로지르면서 운동을 관통할 수도. 하지만 잘 엮지 못하고 잘 만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박진 ;
이미 각개약진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청소년운동, 장애인운동. 정말 훌륭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만들어지고. 용산에도 계속 결합하고. 이 어려운 시기에도 부흥하는 운동의 장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버틴 것만으로도 성과인 이 싸움을 어떻게 증폭시킬 것인가? 레아에서의 흐름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류 ;
뭔가 인권활동가들이라고 부르게 되는 경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인권단체연석회의나 이런저런 연대체들이 그 경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인권활동을 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뻗어나가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그리고 인권 자체가 뭐냐 라고 했을 때 우리가 뭘 물어야 할지 용산에서 질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수다회도 준비.
승욱 ;
두 가지 의제가 나왔는데, 대중들에게 별로 다가가지 못했고, 그것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지 사실 얘기가 많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변혁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그것이 뭘지, 그것으로 대중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인권이 뭘까? (같은 의미로) 변혁은 뭘까?
유아 ;
인권감수성을 자꾸 발견해내는 것이 인권활동의 몫이 아닐까. 일상 속에서, 운동 안에서 그런 감수성들을 조금씩 심어가는 것들. 정형화되고 규정된 것, 인권이 그런게 아닐 것 같다. 예술도 기술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기에 기술이 많이 습득되면서 예술이란 고정 영역이 생겨난 것처럼. 인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활동들이 나중에 평가되는 지점에서 인권활동이 이런 것이었구나 얘기될 수 있지 않을까. 타자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 우리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일란 ;
인권운동과 반차별운동이 있는데, 그 둘이 다른 이름으로 명명되는 것이 영역이 다르다기 보다는 방식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떤게 더 많은 것을 포괄할 수 있을까 고민되면서 반차별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인권이라는 말이 좀 더 구조적이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충돌되는 것 있는 것 같다. 반차별은 조금 더 일상적이고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고. 반차별이 좀 더 유연한 이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기에 차별적인 상황을 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삶의 경험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고민하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그것이 차별이구나 깨닫고 자기가 차별을 왜 조장했을까 고민하면서 변혁의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차별하는 상황들, 용역과 부딪혔을 때 같이. 인권이 권리와 다를 바 없이 쓰이는 상황에서 반차별이라는 것은 왜 차별하는지,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존중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인권이란 말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 현재인 듯. 용산에서의 차별적인 상황들에 대해 다르게 얘기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미류 ;
인권운동이라고 해서 발언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 기대하는 프레임이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주거권이라는 말을 보면, 국토해양부도/이명박도 말할 수 있다. 아직은 아니지만. 그런 언어를 쓰게 하는 게 중요한 지점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우리에게 던져지는 과제, 우리의 언어, 운동의 언어는 무엇일지.
명숙 ;
대중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갭에 대해 아까 얘기했는데, 이런 학살이 벌어지게 된 상황에 동조한 우리들이 있는 것인데,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그게 되지 않으면 이런 현실은 계속 생길 수 있다는 자각, 가해자와 같은 편에 있었다, 공모, 이런 것을 말하기 어려운 부담 있었던 듯. 그런 것을 더 과감하게 했었더라면. 인권의 여러 영역들 중에서 사회권이 그런 것 같다. 체제에 편입된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 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쓸 것인지. 제도화된 것으로 될 수 없는 것 같다. 변혁, 내가 변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변하게 하는 것, 이런 게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닐까.
미류 ;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구도도 넘어서야 하는 무언가 아닐까. 인권도, 인권침해 가해와 피해를 부각시키게 되는데, 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는.
돕 ;
변혁이 거대담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 체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체제이기에 둘 다 바꿔나가는 고민을 해나가는 것, 일상에서 우리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고민하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