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의문사로 남기는 사법부는 개혁되어야 한다
수 신 : 각 언론사 사회부
발 신 : 인권단체연석회의
제 목 : <성명서>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의문사로 남기는 사법부는 개혁되어야 한다
문 의 : 이형숙 사무처장(추모연대 011-387-5242)
2009년 7월 9일 항소심에서 작년 8월 14일 서울민사지법에서 하중근열사의 사건에 대한 기각판결에 대한 유족들의 항소를 재차 기각하였다. 당시 서울민사지방법원은 2006년 포항건설노조 집회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사망한 하중근열사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하여 유족 측 주장의 증거가 불충분하고 일방적으로 제출된 것이어서 증거로 채택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한 바 있다.
하지만 2006년 11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하중근 열사의 사망사건에 대하여 경찰의 과잉 진압을 지적하면서 경찰의 집회 ․ 시위 강제해산과정에서 열사가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인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또한, 당시 경찰은 포항건설노동조합 집회 과정에서 자신들이 방패를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하였고, 이러한 폭력성으로 인해 다수 집회 참가자들이 목 이상의 안면부나 뒷머리를 가격당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소화기를 시위대쪽으로 분사하여 연막상태를 조성, 진압봉, 방패 등을 휘둘러 다수의 시위 참가자가 얼굴․머리 등 신체중요부위에 부상을 입은 사실과 강제해산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도 함께 인정했다.
이러한 사실만 보아도 전체 정황 상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열사의 사망이 원고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사실 입증책임이 원고 측에 있다는 비굴한 핑계를 대며 경찰 공권력의 폭력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우리는 하중근 열사의 죽음 이후에 진행된 사업부의 행태를 보아왔다.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자는 목적으로 진행된 민사소송에서조차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까지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재판부의 모습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법부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우리는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경찰 공권력의 폭력을 보아왔다. 1979년 YH노조의 신민당사 농성장에서, 노동자 김경숙을 진압과정에서 구타로 죽게 하고도, 이를 추락사로 만들어 30년간 사실을 은폐한 것이 경찰이었다. 박종철 열사가 그러했고, 강경대 열사, 김귀정 열사, 김준배 열사의 죽음이 그러했다. 뒤 늦게라도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면 다행이지만, 아직도 시신조차 찾지 못 해 진상규명이 안 된 수많은 경찰에 의한 의문사가 있다.
올 1월 용산에서 경찰을 포함한 6명이 돌아가신 참사는 과거의 국가공권력에 의한 사망사건이 제대로 밝혀지고 처벌되지 않을 때 또 다른 피해자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부는 이에 협조하는 개탄할 만한 지경까지 다다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하중근 열사의 항소심결과가 가지는 의미는 형사, 민사를 포함한 사법부 전체의 현재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법복 아래 진실과 양심을 숨긴다면, 사법부의 독립을 믿어줄 국민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원마저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에서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라. 우리는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의문사로 남기는 사법부가 부끄럽다.
- 하중근 열사는 경찰폭력에 의해 사망했다.
- 사법부 전체는 국민의 사법부로 개혁되어야 한다.
2009.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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